경상남도 함양의 문화재 탐방에서,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의 쇠부리 마을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일제강점기의 주택인 "함양(咸陽 ) 허삼둘(許三둘) 가옥(家屋)"을 찾았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에 지었다는 당시의 개량한옥에 해당하는 허삼둘(許三둘) 가옥(家屋)은,

국가민속문화재 제207호로 지정된 고택 문화재 입니다.

 

 

 

국가지정, 또는 도지정 문화재인 전통가옥들 중 부인의 이름이 붙여진 가옥을 찾아보기 힘든데,

남녀유별이 심했던 옛날에 여자의 이름이 그것도 큰 규모의 가옥에 당당하게 붙어 있다는 것은 특이한데,

이 가옥은 당시 진양갑부 허씨 문중의 허삼둘이 토호 윤대홍에게 시집와 지은 집으로,

특히 안채의 구성에서는 특출함을 보이는 고택으로 당시의 시대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여성중심의 공간배치와,

부엌으로 출입하는 통로가 전퇴를 열고 토상화(土床化)된 것이 특이하며 학술적인 자료로도 중요한 가옥입니다.

 

 

 

허삼둘 가옥의 배치를 살펴보면 가옥은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곳간, 안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향한 넓은 터에 북향의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행랑채가 있고 그 옆으로 "ㄱ"자로 구성된 사랑채가 자리해 있고, 

사랑채 앞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넓은 공지인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에 정원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으며,

사랑채 안쪽에는 "ㄱ"자형의 안채와 "一"자형의 안행랑채, 그리고 곳간이 있어 전체적으로 튼 "ㅁ"자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재력은 넉넉했던 허삼둘과 윤대흥 부부도 권력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듯 한데,

집 모양에서 애써 권위를 드러내려한 흔적과 높은 담장, 높은 솟을대문, 요란한 창살과 창문 큼지막한 팔작지붕 등, 한껏 호사스럽게 지었습니다.

 

 

 

사랑채는 정면 7칸, 우측면 4칸의  "ㄱ자형"으로 동향 하였는데 전퇴가 있는 누각을 세우듯 높이 설치하였고,

계자난간을 두른 상류주택의 위엄을 잘 갖춘 건물로 전면 툇마루 앞으로 굵은 원기둥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돌출된 누마루의 추녀에는 활주가 지붕을 받치고 있습니다.

누마루의 3면은 분합문이 달렸고 중앙 4칸의 대청마루 좌우에 겹으로 온돌방이 배치되어 있고,

누마루 뒤쪽에도 온돌방이 안마당 쪽으로 돌출되어 있으며 방 앞쪽으로 툇마루가 놓여 있어 안채로의 출입을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바깥행랑채 앞의 북향으로 서있는 솟을대문 이며,

 

 

 

바깥행랑채는 사랑채와 이어져 있으며 둥글고 넙적한 냇돌을 2벌대로 쌓았고,

그 위에 자연석 네모난 방주를 세운 정면 4칸, 측면 2칸의 규모 입니다.

 

 

 

중문을 들어서면 "ㄱ"자형의 안채가 들어오고,

 

 

 


"ㄱ"자형의 안채는 꺾인 부분을 귀접이한 형식으로 하였고,

구성은 남측엔 정면 3칸, 동측은 정면 4칸으로 되어 있으며 부엌에 들어서면 거의 오방형의 넓이인데 꺾인 부분이 모가 죽어 일그러져 있고,

중간에 기둥 둘 만이 서 있어 넓어 보입니다.

 

 

 

안마당쪽에서 부엌으로 나있는 입구의 모습으로,

"ㄱ"자 안채 모서리에 과감하게 부엌을 배치했는데 일반 전통가옥에서 볼 수 없는 독창적인 형식으로,

모서리에는 마당에서 부엌으로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작은 통로와 문을 만들었고 양쪽으로 수납선반을 두었으며,

"ㄱ"자 안채 전면에 놓인 툇마루를 통해 방에서 부엌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으며,

부엌으로 가는 좁은 통로는 툇마루보다 낮게 해 기능에 맞췄는데,

부엌은 건물의 모서리에 놓인 탓에 내부도 상당히 넓으며 양쪽 방과 뒷마당, 안마당에 각각 문이 있어 총 4개의 문을 갖습니다.

 

 

 

안채 부엌의 출입구 위에는,

3단으로 선반의 모습을 볼수 있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했으며,

 

 

 

부엌 앞 마루는 약간 낮게 만들어 신발을 신고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 집은 안채, 특히 부엌이 주택전체의 중심을 잡고 있는 집으로,

안채는 'ㄱ'자형의 꺾인 부분을 한번 접은 모양이고 꺾인 좌우가 거의 대등한 규모이며,

 

 

 

둥근 원판에 붙인 멋스런 빗장둔테의 모습도 볼수 있습니다.

 

 

 

부엌을 들어서면 부엌 구조에서 중앙 기둥에 걸리는 부재들 툇보가 보이고,

 

 

 

부엌은 거의 오방형의 넓이인데 꺾인 부분이 모서리가 죽어 있고,

중간에 기둥 둘 만이 서 있어 시원하게 넓어 보입니다.

 

 

 

부엌은 거의 정사각형으로 내부에는 기둥이 두 개만 서 있어 넓게 보이는데,

부엌으로 출입하는 통로는 앞에 퇴를 두고 높게 한 구조로 특이 합니다.

 

 

 

부엌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크고 작은 온돌방을 겹으로 배치해서 기능별로 방을 나누거나 수납공간으로 사용했고,

오른쪽에는 2칸의 온돌방, 4칸의 대청마루, 2칸의 온돌방을 두어 큰 방들을 배치 했는데,

허삼둘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손수 집을 설계 했다고 하며, 

부엌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여성의 동선을 최소화하가 위해 요목조목 세심하게 설계된 것을 알 수 있어,

부엌을 건물의 가운데 배치한 안채의 평면구성이 한국에서는 거의 유일한 예라고 할만큼 특이한 집으로,

일제시대 전통가옥의 변화를 밝힐 수 있는 좋은 예 입니다.

 

 

 

안채와 사랑채에는 2004년 4월과 7월에 방화로 추정되는 연이은 화재가 발생하여 일부가 불에 탔으며 담장이 무너졌다고 하는데,

그 당시 안의면에서는 정자를 비롯한 몇 채의 한옥에 불이 났다고 하며,

마루방의 벼락닫이창 위쪽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허삼둘 가옥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1894년 갑오개혁으로 사회는 급격한 변화 대표적인 예로 양반 상민의 구별이 사라지고 경제력에 따른 계급 질서가 암암리에 나타나게 되어,

누구든 돈 만 있으면 할 수 없는 게 없을 정도여서 상민도 대감처럼 집짓고 하인도 부릴 수 있었으며,

심지어 관직을 사고 파는 사건까지 비일비재 했습니다.

 

 

 

이시기에 전국에서 새로운 "상민" 부자들이 부상하게 되는데,

허삼둘 가옥 역시 이러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어서 1918년 진양 갑부 허씨 집안으로 장가를 간 윤대흥은,

당시 윤대흥의 배우자인 안주인 이름이 허삼둘로 윤대흥 가옥이 아니라 "허삼둘 가옥"인데,

옛부터 남편 권위가 하늘을 찌를듯 높았던 영남 지방의 전형적인 가정 풍습속에서,

허삼둘 가옥에서는 부인 권세가 하늘을 찌른듯 하며 경제력을 쥐고 있던 안주인 허삼둘이 집안 대소사를 결정한듯 한데..

 

 

 

허삼둘 가옥이 갖는 특징은 원래 양반이 아니었다는 점과 현실 생활 중심인 점으로,

바깥어른이 생활하는 사랑채가 크긴 하지만 당시 사대부의 "독야청청"을 빼고 그 빈자리에 곳간 행랑채를 연결해 불편함을 간소화 하였으며,

"허삼둘"의 경제력이 보여주듯 안채는 사랑채나 다른 건물에 비해 큰 규모에다 구조 역시 안주인의 안목에 맞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채는 대부분의 양반댁 안채처럼 "ㄱ"자형 구조이나 그 꺾이는 모서리 부분에 부엌이 들어가 있고,

앞쪽에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냈다는 점 바로 이러한 실용적인 구조가 허삼둘 가옥의 매력이며,

출입구 주위로 실생활에서 유용하도록 3단에 걸쳐 선반을 배치한 점이 실용적인 구조이며 부엌이 건물 가운데 위치한 점도 특이 합니다.

 

 

 

조선말기에 정치력이 약화되면서 가부장적인 체제가 흔들렸고 그 결과로 특이하게 여자 이름이 붙은 가옥이 있어,

집안 에서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만 살아계시는 동안 지정을 받다 보니 안주인의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하지만,

다른 고택들 에서도 이러한 예가 있었지만 안주인 이름으로 등록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며,

 

 

 

또한 우리나라 전통가옥에서 여성을 위한 공간인 안채가 중심에 놓인 예가 없으므로,

이러한 형태의 전통가옥을 찾아볼수있는 특별한 고택인 "허삼둘 가옥" 입니다.

 

 

  

조선 사회는 1894년의 갑오개혁으로 대변되는 사회 변혁을 겪으며,

새로운 부농 계급이 등장하는 변화의 길을 사대적 배경으로 조선후기 부농의 생활상을 알 수 있으며,

가옥의 이름과 부엌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이 독특한 형식의 안채를 통하여,

여성중심적인 특별한 주택으로  생활하기에 편리하게끔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가옥의 구성을 살필수 있는곳으로,

경남 함양(咸陽)의 허삼둘(許三둘) 가옥(家屋)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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